얼마 전, 머가리가 꺠질듯이 아픈 오후이길래 아는 누나와 밥이나 먹으려고 약속을 잡았다.
이 누나는 29살, 학원에서 만났던 누나다. 지금은 중견 디자인 관련 회사 취업했다.
이런저런 얘기 하고 있는데, 웹툰 얘기가 나와서 누나가 네이버 웹툰 중에 요즘 보는거 있냐고 물어보길래
덴마 정도만 보고 나머지는 요새 노잼이라 안본다고 답하였다.
누나가 말하길, "네이버 웹툰 가운데 으뜸은 단연 '은주의 방'이거늘 어찌하여 그것을 보지 아니하는가?" 라고 묻자
나는 웃으며 "하하하 그 '좆주의 방'은 나도 처음에 DIY에 관심이 있어 보았으나, 지금은 수목드라마 만도 못한 전개에 비분강개하여 더는 보지 않고 있다네" 라고 답하였다.
이에 누나가 "그것이 무슨 뜻인가? 어찌하여 그리 달달한 로맨틱 스토리를 망령되게 일컫는가? 그대는 이러한 달달한 사랑을 해본적이 있는가?" 라고 하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어, 진실된 뜻을 고할지 아니면 양심에 위배되는 보빨대화를 해 나갈지를 궁리하던 와중에,
누나의 양 볼 밑에 팔자주름을 따라 비비크림 찌꺼기가 끼어 있는것을 보았기에 진실을 고하였다.
"무릇 여자란 24~25부터 정액법으로 감가상각하여 30이 되면 연수합계법으로 상각방법을 달리 하오. 그리고 마침내 35가 되면 잔존가치 0원이 된다네.
재무적으로 본다면 이는 젊음이라는 자본이 감식되어 상장폐지를 뜻하는 것이니, 더이상 결혼할 이성으로서 가치가 전무하지않은가?
'좆주의 방'의 좆주년은 나이가 스물아홉에 이르러 변변찮은 직장도 없으며, 믿는 구석이라고는 민석이 하나 뿐일세.
그런데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리고 자꾸 밀당질을 시도하지 않은가? 이는 참으로 큰일이라네.
자고로 여자나이 스물아홉이라면 몇 달 후 닥칠 연수합계법으로 감가상각법 변경에 대비하야 어떻게든 호구샠히를 물어야 한다네.
지금 좆주년이 해야 할 일은, 밀당이니 개좆이니 하는 것이 아닌, 민석이를 침대에 묶어놓고 정액을 자궁 내부에 켜켜이 쌓아야 할 때란 말일세"
참으로 진실된 논평을 하였다고 자부하는 찰나, 누나의 얼굴이 여진족 족장 아탕개의 뺨 마냥 붉어졌다.
천지간에 울리는 샤우팅을 뒤로한채 가까스로 빠져나와 전철역에 도착하고 보니, 이내 날이 어둑해졌다.
오늘 목표는 이것이 아니었는데.... 어제 야놀자는 왜 검색했단 말인가.... 하고 후회하던 찰나에 머릿속에 번쩍이는 섬광이 있었다.
그렇구나. 내가 오늘 저 누나를 노콘으로 먹었다면 필시 노비의 삶을 살게 되었으리라.
하늘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