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3줄 요약.
1. 사고나서 3주동안 무의식으로 중환자실에서 있었음.
2. 근데 사실 의식은 일주일만에 돌아옴.
3. 레알 헬.
안녕 게이들아
3주동안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있었던썰 좀 풀어보려고.
아까 다른 일베 글에서 댓글로
얘기했더니 좀 자세히 말해달라는 게이들이
있어서 말야.
참고로 예전에 새벽반에 한번 글썼다가
바로 지운 적이 있어서 본 게이들도 있을거야.
작년 9월에 교통사고가 났다.
위에 있는 짤 두개가 내가 사고 당시에
병원으로 실려와서 찍은 엑스레이 사진이야.
좀 심각했다고 하더라.
당시 부모님한테 연락해주셨던 경찰관님도
중태라고 좀 위험한 상황이라고 부모님한테
말씀하셔서 부모님도 기절할 뻔 했다고 하더라.
상황을 설명하자면
사고 당시에 의식을 잃었음.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가 어떻게 사고가 난건지
기억이 안 나.
그냥 집에서 거실에 누워 티비보면서
낄낄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안 떠지고 숨이 안 쉬어 지는거야.
대부분 게이들이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
어떤지 잘 모르지? 나도 몰랐어.
그냥 막연하게 숨을 읍!하고 참으면 그게 숨이
안 쉬어지는 고통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제일 비슷한 느낌은 숨을 있는 힘껏 들이마셔.
그리고 3초정도 숨을 참았다가 내쉬지말고
다시 또 들이마셔.
그리고 또 3초정도 참았다가 또 들이마셔봐.
그리고 또 계속. 정말 죽을거 같을 때까지.
그런 느낌이야.
눈이 안 떠지고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데
정말 그때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더라구.
일베에도 가끔 죽는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이들이 있던데, 막상 죽음 앞에 가까이 가니
정말 너무 무섭더라.
난 막 오줌까지 쌌어.
눈을 뜰 수가 없어서(나중에 물어보니 나 얼굴이
굉장히 심하게 부어있었대. 엄마도 나를 못 알아
봤다고 하더라. 그래서 눈을 뜰 수가 없었나봐)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사고 당시에 기억을 잃었다가
숨이 안 쉬어져서 정신이 잠깐 들었다가
죽는구나..싶어서 막 오줌싸고 발버둥치다가
다시 졸도했어.
그리고 보니 병원이었어.
의식을 잃고 꿈을 꿨느냐, 시간이 지나가는 걸
느꼈느냐 묻는 게이들이 있던데.
전혀 그런거 없어.
그냥 의식이 딱 돌아와보니 병원이야.
중환자실에서 3주동안 의식없는 상태로 있었지만,
내 의식은 사실 1주일쯤 뒤부터 돌아왔어.
근데 내가 의식이 돌아온 걸 아무도 몰라.
의사선생님도, 간호사도, 가족도.
의식만 돌아왔을 뿐, 눈꺼풀 하나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거든.
다들 내가 무의식인 줄 알고 있더라구.
그냥 귀만 열려서 소리만 들을 수 있고
몸의 감각만 돌아온거야.
처음엔 정말 내가 죽은 줄 알았어.
누가 옆에서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난 내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온 건 줄 알았어.
근데 알고보니 나 케어하며 수다떠는 간호사들이었음ㅋ
처음엔 당연히 몰랐어.
아주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거든.
천국인가? 꿈인가? 뭐지? 싶다가
나중에 면회시간에 엄마 목소리 듣고 알았어.
아, 나 지금 병원이구나. 나 사고 났구나. 라고
그때부터 레알 생지옥이었다.
의식이 돌아오고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잖아.
내가 의식이 돌아왔다고 알리고 싶은데
정말 방법이 없어.
하루 세 번쯤 간호사가 교대하거든.
간호사가 교대할 때 한번씩 와서 내 눈을 까서
후레시를 비춰봐. 내 동공반응을 보느라.
유일한 기회가 그때인데 이건 뭐..
눈깔에다가 후레시를 비추면 병신같이 후레시만
쳐다보게 되더라. 눈깔 좀 굴리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되더라구.
처음엔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어.
하루종일 할 게 없으니 하루종일 망상만 하다가
자다깨다 자다깨다만 반복하는거야.
그래서 한 3~4일쯤 지났나?하고 생각하면
실제로는 하루 밖에 안 지나있고.
(하루가 지나는 건 하루에 두 번 있는 중환자실
면회시간을 겪으면서 알았어. 부모님이 두 번 왔다가면
하루가 지난거야.)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더라.
팔다리는 다 붙어있는건지, 머리는 얼마나 다친건지
팔다리에 감각이 있는거 보니 팔다리는 붙어있는거
같은데 손가락 발가락은 괜찮은 건지.
몸에 장애는 없는건지
척추를 다쳐서 강원래처럼 살게되는건 아닌지.
나 씨발 나중에 죽고나면 장기기부한다고
서약해서 면허증에 장기이식 스티커 붙어있는데,
나 의식 있는거 모르고 부모님이 나 포기하고
장기이식 하면 어쩌지? 난 분명 살아있는데 말야.
뭐 이런 생각들까지.
당시엔 나중에 나 깨고나서도 정신병 걸리겠구나
싶더라구.
정신만큼이나 몸도 드럽게 아프더라.
제일 아펐을 때가 목구멍에 구멍 뚫었을 때랑
옆구리 낀 튜브가 잘못돼서 그거 조정했을 때.
다들 내가 의식이 없는 줄 아니까 마취도 없이
그냥 막 하더라구.
정말 뒤지는 줄 알았다. 그 상황에서도
몇번을 다시 또 의식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이건 별로 안 아펐지만 기분 드러웠던게
요도에 소변줄 다시 낄 때. 요도에 소변줄을
꽂아서 방광까지 연결시켜 놨는데 그게 또 뭐가
잘못 돼서 한번 갈아꼈거든.
뽑을 때도 좆같은데 다시 낄 때는 더 좆같음.
근데 나중에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고 나서보니까
이때 아펐던 거는 실제 통증의 1/10도 안되더라.
당시엔 몸에 상처난 부위 드레싱하는거 하나도
안 아펐는데 나중에 다 깨고 나서 드레싱할 때는
너무 아퍼서 막 소리지르면서 울었거든.
그리고 나중에라도 중환자실 면회가보면
알겠지만, 환자들 상태가 생각보다 다들 깨끗할거다.
보통 오전 면회시간 전에 간호사들이 옷 싹 벗겨놓고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막 그래.
면도도 시켜주고. 나 같은 경우엔 3주동안 있으면서
(사고 직후 1주일 동안은 기억이 안 나 모르겠지만,)
똥을 한번도 안 쌌거든. 근데 똥 기저귀도 갈아주나
보더라. 항상 확인했음.
그런거 겪으면서 간호사들 정말 다시 보게 됐다.
조무사들이랑은 확실히 다르더라.
그렇게 무의식 아닌 무의식 상태로 며칠 있다보니
어느 날 의사선생님이 와서 코에다가 막 튜브를
꽂아주더라. 그러고나서부터 코로 뭔 액체 넣어주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배 하나도 안 고팠거든.
근데 코로 음식이란게 들어가기 시작하고 나서부턴
배고프더라.
뭔지는 모르겠는데 간호사가 뭔 깡통 안에 들어있는 걸
막 흔들면서 근처로 온다. 그리고 깡통을 까서
어떤 통에다가 담은 다음 코로 막 넣어줌.
코로 넣어서 분명 맛도 못 느낄텐데 되게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음식이 속으로 내려가는 가는 그 길이
막 느껴짐. 쭈~욱 내려가다 가슴 바로 아래쯤에서
멈춰서 그 부위를 그 따뜻한 액체가 싸~악
감싸주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얼마동안 있다가 다시 와서 주사기 같은 걸로
다시 다 빨아드리더라. 얼마나 소화시켰는지 본다고.
그거 또 기분 좆같음. 온갖 내장이 다 빨려 올라오는
느낌이야.
그렇게 음식이란게 한번 들어가고 나니까
다음부터는 간호사가 옆에서 깡통 흔드는 소리만
들리면 막 좋아서 흥분됨ㅋㅋ 먹고 싶어서ㅋ
그렇게 2주동안 있다가
어느 날인가 의사선생님이 와서
한번 깨워보자고 하더라.
그리고 나서 완전히 깼음.
난 투약하자마자 바로 눈 떴다고 생각했는데
한시간 있다가 눈 뜬거래.
그래도 간호사가 놀래더라.
한시간만에 눈 뜨는 사람 처음 본다고.
물론 눈 뜨고나서도 할 수 있는건 별로 없었어.
여전히 인공호흡 중이었고
여러가지 튜브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상태라
말도 할 수 없었고 팔다리도 다 묶여있었거든.
그냥 눈 뜨고 손가락만 하나 움직여서 글 써서
대화하고 그랬어.
평생을 걸어다녔는데도 말야. 3주동안 근육이완제
맞고 나니까 다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거의 한달정도
걸린거 같아. 손을 들어서 내 얼굴을 만지기까지
하루 걸렸으니까.
팔다리 뿐 아니고 내장근육까지 다 이완돼서
처음 똥 쌀 때 진짜 죽을 뻔 했어. 똥이 똥꼬에 걸려
있는데 힘을 줘서 밀어낼 수가 없으니 말야.
똥꼬 찢어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당시에 의식이 있었다는 건
의사선생님한테는 말하지 않았어.
가족들한테만 얘기 했음.
당시엔 간호사나 의사선생님이 나 의식없는 줄 알고
별별 얘기 다했거든.
근데 그거 알면 서로 너무 민망해질까봐말야.
(간호사들 서로 많이 씹더라ㅋㅋㅋ)
아직까지도 당시 기억이 자주 나.
자려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그때 생각이 자꾸 나.
그리고 자다가 또 숨이 안 쉬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잠도 잘 못 자고.
지금 잠자리에 누워 폰으로 일베하는 애들이
많을텐데,
한번 눈 감고 가만히 누워있어봐.
그리고 그 상태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고
상상해봐. 가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방 안에
들어와서 네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네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가끔씩 엄마 우는 소리도 들리고.
정말 너무 끔찍했어.
사실 별로 대단한 얘기는 아닌데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을 겪어봐서
그냥 니들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글이 너무 길어졌네.
미안하다.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