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 많다. 여고나 공학은 안다녀봐서 모르겠지만 여고나 공학도 남고와 같은 병신또라이집단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느날 점심시간, 와장창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렸다. 고통어린 비명이라기보단, 기합성에 가까운 것. 누가 2층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우리는 야 저거 뭐야!이러면서 밖을 봤고 왠 쫙 빠진 스키니교복 한놈이 화단에 흙투성이로 구르고 있는걸 발견한다.
그 병신은 2층 3층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자신을 쳐다보는 우리를 발견하고선 씩 웃으며 따봉을 치켜올리다가
아직 우리교실에서 나가지 않으신 2학년 국어교사의 얼굴을 보고 박주영의 볼점유율을 본 소농민같은 표정을 지었다.
녀석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더니 급식실로 터덜터덜 향했고 국어교사였던 우리 담임은 저 병신의 이름을 물었었다.
담임은 저새끼 지금 당장 데려와, 같은 잔인한 말은 하지 않았다. 밥 먹는거 보고 데려와. 라고 말했다. 이시대의 참교사가 아닐 수 없다.
뛰어내린새끼의 동기는 급식을 빨리먹기 위해서 녀석은 뼛속까지 급식충이었던 것이다. 시팔 맛있는거나오는 수요일도 아니고 똥국에 고무줄잡채가나오는 월요일에 왜 그지랄을 한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수요일을 대비한 예행연습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볼 뿐이다.
그 사건의 휴유증은 다른 반에서 터졌다. 녀석은 다른 반이었는데, 담임은 그새끼에게 자초지종을 듣고선 그 반의 담임에게 이 병신같은 사안을 넘겼던 것이다.
하지만 교사 2년차 어리버리 여교사였던 미술선생은 이것이 마치 자살사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 교사는 병신에 대한 면역력이 적었음이 분명하다.
갑자기 수업시간 난입해서 모든 자기반 학생들의 눈을 감게 한뒤 뛰어내린 새끼를 괴롭힌 애가 있으면 손을 들으라고 했다고 한다. 참 초중딩틱한 생각이지만 의외로 남고생들은 순수한 병신이기에 이런 방법이 잘 먹히는 경우가 있다.
어제 날 때린새끼에게 포켓몬 스티커를 요구할 수 있는 당당함과 어제 나한테 맞은새끼에게 생선까스를 양보할 수 있는 땀내나는 배려심이 가득한 곳이 남고인 것이다.
우리학교가 특이했던건지, 모든 남고가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센척까지 해서 잘보일 여자가 없었으며 중딩때의 등수놀이에도 신물이 난 참이었다. 오타쿠들의 라이트노벨을 반 전체가 돌려읽고 일찐형아와 쭈구리가 협곡에서 전우가 되는 학교였던 것이다. 말 그대로 공부 빼고 모든것이 즐거웠고 일찐이니 왕따니 하는 것도 보기 힘든 곳이었기에 집단괴롭힘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그저 이 해프닝 또한 질소처럼 넘치는 병신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시간동안 계속되는.. 초임 미술선생의 박력넘치는 말과 연설. 탈무드에나 나올법한 고전적인 교훈들. 이 지루한 시간을 끝내기 위한 영웅적인 희생일까, 아니면 컴퓨터 앞에 앉는 즉시 사라져버릴 회고였을까.
2학년 3반 교실의 셋이 손을 들었다. 문과새끼들이라그런지 아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저열한 자기반성의 시간이라도 가졌던 것일까. 그 세명과 뛰어내린 아이가 교무실에서 만났을 때 뛰어내린 아이는 이새끼들이 왜 여기 왔는지 몰랐고 온 새끼중 한명은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며 뛰어내린 아이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뛰어내린 새끼는 영문을 모르고 미술 교사만이 흐뭇하게 그걸 쳐다보는 가운데
우리 담임인 국어교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참 병신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 날 그 넷은 그대로 야자를 째끼고 협곡에서 4인 매치를 맺어 불운하게도 그들과 함께 게임을 하게 된 팀원에게 울분을 담은 패드립을 선사했다고 한다. 그러다 두 판 째에 우리 담임에게 귀가 잡혀 끌려왔다. 이 병신들과 같이 게임을 하게 된 희생자가 두명뿐이라는건 어쩌면 라이엇을 위한 하늘의 도우심이 아니었을까.
지금 그 중 나와 친했던 두명의 소식만을 접한다. 울었던 새끼랑 손들었던 새끼인데 나중에 듣고보니 손들었던새끼는 뛰어내린새끼 절친인데 같이 야자를 토껴 봇듀오를 하는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울었던 새끼는 학기초에 축구하다가 걔한테 심한 욕을 한 적이 있는데 미술담임의 말을 듣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게 너무 후회스러워졌다고 한다.
당사자새끼가 교내 제일의 또라이이자 욕쟁이었다는걸 모두 잊어버리고 자신의 잘못만을 생각하는 예수의 현신같은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