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깐 괴담같아서 푸는 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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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0:28
출처http://m.dcinside.com/view.php?id=fantasy_new&no=2717422 디스는 고등학교를 2학년 때 그만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거고.
또 하나는 좋아하는 여자가 고등학교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를 좋아해서...
코막고,
독산동 근방의 이모집에서 기생하면서 노량진 검정고시학원을 다녔었다.
몇 번 판갤에서 얘기한 적도 있는데, 주유소 일을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
여하튼 그렇게 오전엔 검정고시학원 가서 공부하고, 오후부터 밤까진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어.
나는 어쩌다 보니 조금 늦게 들어가서,
학생반도 아니고 성인반도 아닌, 뭔가 짜깁기반(?)같은 데로 들어가게 됐어.
검정고시가 매년 4월이랑 8월에 있는데, 생각이 없는 건지 자신감이 넘치는 건지 꼭 중간에 접수를 하는 인간들이 있어. 나처럼.
내가 들어간 반에는 나랑 비슷한 10대 꼴통들을 비롯해서,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엄청나게 다양했는데.
그중에 30대 중반의 한 누나가 있었어.
10대들은 그 누나를 대모라고 불렀어. 그냥 그랬어. 누나라고 하긴 뭣하고, 이모는 더더욱 뭣하고.
50대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어린애들 간식이나 그런 것들을 평소에 살뜰하게 챙겨주셔서 다들 대모님, 대모님 했었거든.
반쯤은 농담 겸 장난스러운 호칭이었지.
근데 이 30대 누나가 나이로는 다음 서열이라 다들 두번째 대모님이라고 불렀던 거야.
여하튼 이 누나는 미용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어.
검정고시 공부와 병행하고 있었던 거야.
같은 반 모든 학생이 알고 있었어. 쉬는 시간마다, 점심 시간마다 학생들 붙잡고 자기 얘길 했거든.
외모는... 아주 평범했어. 마른 것도 아니고 통통한 것도 아니고.
얼굴도 그냥 평범하고, 안경을 썼고, 머리는 흑발에 긴 편이었는데 항상 하나로 묶고 다녔어.
윤기는 없었고 다소 푸석푸석한 그런 느낌의 머리카락이었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다.
'미용사 공부를 하는 사람이면 린스도 하고 좀 머리 관리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내가 종종 했었으니.
아무튼 대체적으로 살가운 성격이었어. 다들 원만히 지냈고.
다만 나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어.
때때로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눌 때가 있잖아. 밥을 먹을 때나 간식을 먹을 때나.
누나가 이야기에 열중할 때면 눈이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종종 있었어.
좌우의 눈이 완전히 따로따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주 얇은 은테 안경 너머에서 양쪽 눈알이 제각각 돌면서 막 목소리를 높일 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일단 무섭진 않았다. 학원이었고 학생들 십수 명이 함께 있는 교실 안이었으니까.
그냥 좀... 이상한 사람이구나, 어딘가 부족한 모양이다, 그런 생각은 했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검정고시 학원 많이 오기도 해. 학습장애 내지 비슷한 문제들 때문에.
그냥 눈 쪽이 좀 아픈 사람이겠거니 했지.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야.
모의고사는 아니고, 아무튼 검정고시 학원에서도 그 비슷한 시험을 치는 날이 있었어.
그래서 그날은 일찍 끝나서 점심을 먹으려고 교실을 나오고 있었다.
같이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는데 이날은 결석했어.
나는 혼자 밥 먹고 피시방에서 시간 좀 때우다가 주유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누나가 갑자기 와서 말하는 거야. 자기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사준다고.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두 가지 이유로 수락했어.
첫째, 나는 알바를 하고 있었어도 굉장히 돈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둘째, 얼마전에 누나가 요약노트를 보여줘서 그걸 다 베껴서 쉽게 시험을 봤거든.
그래서 알았다고 했지. 꽁밥 먹여준다는데 뭐가 문제야.
학원을 나왔는데 갑자기 택시를 잡고는 나더러 타라는 거야.
난 순간, '어? 왜요?' 했어. 근데 누나가 빨리 타라고 재촉을 하더라. 뒤쪽에서 차들이 크랙션 빵빵 울리는데
안 타고 멀거니 서 있기도 뭣해서 일단 탔어. 그리고 생각했지. 누나가 좀 근방에 어디 식당 가나 보다 하고.
차는 계속 달려서 신길동 끄트머리까지 갔어.
신길동은 노량진에서 대방 지나서 가야하는 곳인데, 대충 택시로 10분 조금 넘게 걸렸어.
택시는 한 허름한 빌라 앞에서 멈췄어. 누나가 요금을 내고 나랑 같이 내렸지.
내가 물어봤어. 여기 어디냐고.
누나는 대답했지. 자기 집이라고.
나는 좀 어이가 없었어. 밥 먹자더니 왜 집까지 데려왔냐고 물었지.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더라고. 집에서 밥해먹으면 돈도 안들고 좋지 않냐고.
그리고 자기가 미용사 자격증 공부해서 머리도 잘 자르는데, 너 머리가 좀 지저분하니까 잘라주겠다고.
그러면서 내 팔을 잡아끌고 집으로 데리고 갔어.
누나의 집은 1층이었어.
그런데 누나 혼자 있는 게 아니었어.
아 씨발 쓰다 보니 존나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