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군견병으로 근무했던 썰.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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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
2020.03.18 10:43
출처http://www.ilbe.com/6088408026
요즘 연평해전 때문에 해군 관심이 높아지는것 같아서 문득 지난날이 떠오르더라.
흔히들 해군이라하면 모두들 배만타는 줄 아는데 육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많은 육상자리가 있다.
크게 군항 내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R/S(Radar Sight)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지.(RS가 주로 섬이나 격오지에 있어서 수당이나 진급 점수에는 엄연히 '전방'으로 들어가지만 편의상 육상이라고 할게.)
말이 샜는데 ..
나는 2009년 1월에 병 551기로 입대해서 3월에 백령도에 전입했어.
우리 기지는 아까 전술한 R/S였는데 세부 내용은 군사보안이니까 생략하고, 정말 뜬금없이 군견이 있었다. 마리노이즈, 셰퍼트 한 마리씩 총 두마리 가 있었어.
나는 어릴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고 시골에 살아 서그런가 큰 개들을 보고도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았어.
나는 군견병이 아니었지만 가끔 견사장(개집)에 들러서 얼굴도 보고 군견병들 훈련할 때 구경도 하고 그랬지.
마침 전역하는 군견병이 있어서 대체자를 뽑는데 지원자 조사를 했어.
군견병 자체가 해군에 존재하는 직별(보직)이 아 니라 갑판병에서 부대 사정에 맞게 차출하는 거 라 지휘부에서 결정하는 건 아니고 병들 자체적 으로 선발해서 보고하는 형식이지.
아무튼 지원자는 내 동기 두명이랑 나까지 세명 이었어.
군견병을 하게되면 혜택이 여러모로 많았어.
일단 위병소 당직 열외, 작업시에 군견 훈련 및 털관리로 빠질 수도 있었고, 나름 엘리트의식도 있어서 사람들 인식 자체가 달라지는 것들하며..
나는 열거한 장점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애초에 개 를 좋아해서 꼭 하고 싶다고했지.
두 동기들도 자기들이 꼭 하고 싶다고 나섰지.
선임이 "그러면 세명 다 견사장으로 따라와."
우리는 그렇게 견사장으로 향했고, "지금 셰퍼트 만질 수 있는 사람을 군견병으로 뽑는다."
동기 두놈은 한참 고민하다 포기했고 나는 솔직 히 소심하고 겁도 많지만 눈 질끈 감고 셰퍼트 앞 에 섰고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글이라 이렇게 쉽게 적지만 난 그때 태어나서 처 음으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터질 뻔 했다.
일반 개도 아니고 군견이야. 주인이 아닌 낯선이 한테는 기본적으로 경계를 하고 짖어대지. 그리 고 말이 개지 가까이서 보면 늑대가 따로없어.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선임은 내가 전입오 고 자주 견사장 가고 훈련할 때도 옆에서 보조하 는 나를 눈여겨 두었다하더라. 근데 군견은 애완 견이 아니기 때문에
개를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까딱하다 본인이 다칠 수 있고 나름 '강인한 정신력'도 보유해야 한다는 자신의 판단 때문에 이런 테스트를 한거 래.
그렇게 나는 군견병이 되었고 위에 말한 혜택은 전혀 누리지 못했어.
한달 뒤에 춘천에 있는 군견교육대에 파견이 계 획됐었거든.
내 맞선임과 그 윗 선임도 파견 갔다왔는데 자기 들이 육해공 중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기에 이번 에도 1등해야 백령도 군견병 명성을 유지한다고 고된 훈련을 시켰지.
일단 가장 먼저 배운건 다른게 아니고 군견을 컨 트롤하는 동작을 배우는 것이었지.
군견을 컨트롤 하는 방법은 성부와 시부가 있는 데 성부는 소리성(聲)을 써서 군견병 목소리로 군 견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고 시부는 볼시(視)를 써서 동작만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이지.
앉아, 기다려, 칭찬, 서, 기다려, 엎드려, 쉬어 이 렇게 총 6개 동작이 기본인데 이를 '6개 성시부' 라고 해.
절도 있는 동작과 단호한 목소리가 포인트였기에 .. 애초에 둘다 충족시키지 못했던 나는 같은 동 작을 수백 수천번씩 계속했어. 나중엔 목이 쉬고 팔,다리가 빳빳해지더라.
더 힘든건 이런 훈련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군견 이 나를 주인으로 인식해야하는데 나는 그야말로 '낯선 이'정도밖엔 안됐고 내 말을 들을리가 없었 지.
억지로 끌고와서 연습할라치면 도망가기 일쑤고 선임이 지도해준다고 오면 그 선임 옆에 찰싹 붙 어서 나를 경계하고.
결국 특단의 조치로 집에 강아지 간식거리랑 좀 더 좋은 빗을 보내달라고 했고, 군견병이 된지 3 주만에 겨우 6개 성시부를 마칠 수 있었어.
그렇게 군견교육대에 입소 할 날이 왔고 춘천에 가기위해 군견을 데리고 같이 여객선을 탔어.
백령도에서 인천연안부두 까지는 약 150마일이 넘는 먼 거리야. 여객선이 30노트정도 되는데 이 속도로 5시간 넘게 가야하지. 서해는 보기보다 파도가 쌔서 어지간한 사람 아니고서는 대부분 멀미약 먹고 곯아떨어지거나 화장실에서 토하는 사람이 태반이야.
나도 멀미를 하는편이라 멀미약 먹고 자고 싶었 지만 이동식 견사에 군견을 싣고 배의 실내구역 으론 데려 올수 없었기에 외부갑판에서 5시간동 안 군견 옆에 꼭 붙어있었다. 파도는 치고.. 바닷 물은 갑판으로 튀고.. 죽을맛이었지.
난 처음으로 개가 멀미하는 걸 봤는데 사람이랑 다를게 없더라.-_-
배 타던 사람들도 신기해서 한두번씩 와서 구경 하고 그때마다 이녀석은 소리 질러대고 난 멀미 하는 와중에 사람들 접근 못하게하고 아주 지옥 같은 5시간이었어.
그렇게 겨우겨우 군견교육대에 입소해서 한달간 육해공 삼군이 다 모여서 훈련, 교육을 받았어.
훈련이나 교육내용까지 적긴 그렇고 그곳 생활을 말하자면 완전 '꿀' 그 자체였다.
다들 타부대 사람이다보니 계급차이가 나도(난 그때 이병 그 곳에서 제일 막내였어.) 간섭이나 지시도 없었고 작업도 없어서 한달 동안 살도 많 이 찌고. 심적으로 많이 위로가 됐지.
군견데리고 야외 훈련 나가다보니 군견들이 길거 리에 똥싸는 일이 다반사야.
때문에 우린 야외나가면 항상 똥삽을 들고다녔지 . 그리고 군견 성깔이 성깔인지라 같은 성별끼리 있으면 물어뜯고 난리가 난다 그냥.
아무튼 나는 19명 군견병 중에서 3등을 했고. 백 령도에 복귀했다.
자체 FAQ.
1. 해군에는 군견병이 얼마나 되나?
- 아 해군에는 군견병이 약 150~200명정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자부심이 되게 강하다. 정말 극소수지.
최근에는 군견무용론이 대두되어서 그 숫자가 더 줄어들고 있고 조만간 없어질 수도 있다.
2. 군견관리 및 훈련은 군견병이 하는데 그 책임 자는 누구인가?
- 군견도 엄연히 총이나 포와 같은 '무기'기 때문 에 병기장이 책임자.
3. 만약 군견이 임신하면 어떻게되나?
- 군견은 임신하면 그 가치를 잃는다. 애초에 종 모/종빈견이라고 새끼만 낳는 개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군견병의 책임이므로 영창에 간다.( 카더라)
4. 군견의 가격은?
- 약 3천만원의 값어치가 있다고한다. 실제로 종 모/종빈견이 강아지를 낳아도 모든 강아지가 군 견이 되는것이 아니고 그중 10퍼센트만 군견이 될 수 있다.
5. 군견은 계급이 있나?
-없다. 누구는 하사네, 소령이네, 이러지만 군견 은 계급이 없다.
6. 군견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되나?
-아까 말했듯이 군견은 '무기' 개념이므로 나이가 들면 성능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보통 10살을 전 후해서 현역에서 물러나는데 보통은 안락사를 시 키고 필요에 의해서 실험용으로 쓰인다.
이정도로 마치고, 나는 해군에서 군견병으로 근무해서 육군이나 공군출신 군견병이 들으면 이상한 부분도 있겠지?
그리고 해군에 입대하고 군견병 하고 싶은 사람 이 있다면 차라리 로또를 사는게 나을거다.
이만 마칠게.
3줄요약군견병으로 군생활했음.힘들었지만 추억은 남더라.군견은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