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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남자들이라면 있을 법한 중,고등학교 시절 짝사랑이 없다.
남중, 남고인데다가 고등학교는 그나마 기숙학교.
학원에서 잠깐잠깐 마주치는 예쁘다고 생각한 애들은 있었어도, 짝사랑이랄게 없었음.
첫사랑이 대학교 신입생때니까 말 다했지.
고등학교때 여자도 안만나고 공부만 열심히해서
나름 명문대 입학하고, 신입생 OT에서 한눈에 보고 반했던 애가 있었다.
화려하게 아름답고 이런 건 아니었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서 화장도 별로 안하고, 옷도 수수하게 입었는데
나름 이쁘장하고 뭐랄까,
태도나 표정이나 웃을때나...이런게 뭔가 독기품고 어필하는 다른 여자애들에 비해서
착하고 꾸밈이 덜하다고 느껴졌달까.
조 나눠서 둘러앉아서 게임하고 술먹는거 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좋게 말하면 순수했던 거고 나쁘게 말하면 병신 같았던 건데.
내 옆에 앉았는데도 처음에 이름얘기하고 어디산다는 정도만 말하고
개 어색하게 말한마디 못 붙이고 앉아있다가.
걔가 쏘맥 두잔 먹더니 머리가 핑도는지,
선배 눈치보면서 자기가 너무 토할거 같다고 하드라.
난 "어..그래??" 이지랄하고 멀뚱멀뚱있다가 걔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길래 걱정돼서 따라갔지.
등 두드려 주는데 토하지도 못하고 조용조용 구역질만 하드라.
그렇게 친해졌다면 친해지고 나서
첫 수업날에 난 역시 병신처럼 쭈뼛거릴때 먼저 인사해주고
수업도 첫학기에 3개나 겹쳐서 학교에서도 자주보면서 가까워졌다.
난 좋아하는 거도 별로 내색못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밥도 먹고,
스포츠 교양 수업으로 농구수업 듣는다길래, 학교 끝나고 걔네 동네 초등학교에서
농구하는 것도 가르쳐 주고..
장난으로 학교 운동장 난 3바퀴, 걔 2바퀴 누가 먼저 뛰나 내기하고..
벚꽃시즌엔 얘가 먼저 나한테
거절해도 되는데 자기가 벚꽃이 너무 보고 싶은데 주변에 같이갈 사람이 없다고 같이 가면 안되냐고 해서
여의도에 벚꽃구경도 가고..
그냥 지금 생각하면 존나 건전하게 놀았던거 같다.
손도 한번 못잡아 봤지만 난 얘랑 사귈 수 있다는 생각에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 생각해도 이불킥하는 일이 생겼는데.
호프집에서 선배들이랑 테이블 나눠서 술마시고 있는데,
얘는 나랑 좀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주변 선배란 새끼들이 걔한테 나랑 사귄다는 소문 났다면서 "오오" 이지랄 하는거야.
얘는 아니라면서 막 부끄러워하고.
한새끼가 그럼 진실게임하자면서 너 우리과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냐면서
나 아니냐고 몰아붙이니까.
얘가 좀 주저하다가 나 말고 어떤 남자 선배 이름을 댔어.
선배새끼들은 또 "오오~~"이지랄 하면서 그 자리에 그 선배 부르자고 전화하고.
지금이야 그런 상황에서 부끄러워서 대답 돌린 거 이해하고 멘탈 붕괴 안되겠지만,
당시 완전 세상 물정 모르고 어린놈이었던 나는 옆테이블에서 그거 듣고 실망하고 충격 받았음.
일부러 그날 호프집에서 걔랑 눈도 안마주치고 말도 안섞고.
집 돌아와서 지 혼자 배신감 느끼면서 그래 니 그 선배랑 잘 만나서 잘 살아라. 욕하고.
그 이후로 의도적으로 걔량 문자나 연락도 거의 안하고,
문자와도 건성건성 답문하고
수업시간에도 다른 남자애들이랑 일부러 더 어울리고 걔랑 대화하는 것도 줄이고...
한마디로 일부러 멀어졌다.
얘랑 더 가까워지면 상처도 더 커질거 같아서. 씨발...ㅠㅠ
알량한 자존심도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좋은 친구로 만나는 거면
곁에 있고 싶지 않다는 쪽으로 몰아갔다.
얘도 처음엔 수업 끝나고 오늘 수업 관련해서 뭐 물어볼 거 있다고
료수 마시러 가자는 둥 어색함을 풀려고 노력하는게 보였는데
내가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게 느껴졌는지. 그것도 뜸해지더라.
결정적으로 얘가 내가 다른 수업 듣고 나올때 밖에서 기다리다가
하고 싶은 말 있다고
최근 3달 사이에 나랑 대화를 다합해봐야 5분도 못한거 같다면서.
자기한테 뭐 하고 싶은 말 없냐고 했을때,
요즘 바빠서 그랬던거 같다고 얼버무리고 먼저 나와버렸음.
걔가 자기 너무 상처받았다고 문자 보냈을때도 '미안' 딱 두글자로만 보내버렸다.
그렇게 시간 지나고, 후배들도 학교 들어오고,
난 지금 생각하면 완전 속물이고 성격 드럽고 김치녀의 전형인
겉모습만 멀쩡했던 어떤 후배여자애랑 사귀었고
그 사이에 내 첫사랑이었던 걔는 메릴랜드로 유학갔음.
솔직히 여친 있었어도, 마음 속으론 걔를 계속 좋아하고 있었다.
유학가기 하루전날에 잘다녀오라고 통화했더니 백만년만에 연락 받아보는거 같다면서 무지 좋아하더라.
몇개월 뒤에 지금도 가슴 먹먹한 일이 생겼다.
같은 동기 여자애가 있었는데 내 첫사랑이랑 나름 친하게 지냈던 애였어.
걔가 전공과목 듣고 또 바로 다음 수업으로 바로 이동해야하는데 늦어서
나한테 전공서적을 자기 사물함에좀 넣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무생각 없이 걔 사물함 열고 책넣는데 눈에 익은 노트가 있더라.
그게 뭐였냐면
1학년때 수업 들을때 내 첫사랑이랑 동기애랑 수업때 그 노트를 가운데다 두고
막 펜으로 글쓰면서 대화(?)했거든. 떠들면 걸리니까.
난 니네는 무슨 펜으로 대화하냐고 놀리고 그랬었음.
그냥 나도 모르게 노트에 손이 가서 넘겨봤는데,
보다가 진짜 울뻔했다.
"너 동기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
"응. ㅇㅇㅇ(내이름)"
몇 장 넘기니까 내가 막 대하던 시절엔
"ㅇㅇㅇ 나 싫어했나봐."
"그냥 무뚝뚝한 성격이라 내색 못하는거 아냐?"
"아니야. 날 진짜 싫어해. 내가 잘못 생각했나봐. 가까워졌다는 소문나서 부담스럽나봐. 날 피해."
가슴 뻥뚫린 기분이었다.
내가 미국으로 달려가서 붙잡을 수도 없었다.
그 이후론 사람 관계에 있어서
나 혼자 고민하고 나 혼자 결론내고 다른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상처주는 일 없는지,
늘 한번더 생각해본다.
대학졸업하고 취직하고 나도 이제 완전히 내가 싫어하던 속물 다됐고,
온갖 김치녀들과 된장녀들도 스쳐갔는데,
첫사랑 만큼 수수하고 착했던 애는 없더라....
갑자기 새벽에 옛날 생각나서 감성적인거 올려서 미안하다ㅜ
부끄럽지만 여기가 아니면 풀때도 없더라.
너희들도 누군가 첫사랑이 있었을테니, 이해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