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가다 27

딴돈으로 비아그라 사먹고 떡치러 가즈아~~~

나의 노가다 27

링크맵 0 1,445 2020.03.18 17:35
출처블라인드 건설엔지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과장은 전혀 서운함이나 어색함을 내비치지 않았다. 기술사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겠냐만은 개인적 건설 인생사에 그래도 한 족적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는 될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기술사가 있다고 일 다 잘하는건 아니긴 하다.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분야가 다르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 차이는 큰걸 나중에 많이 경험해봤으니.

 

소장님도 박과장과 조대리의 정직 전환을 위해 어러방면으로 애썼다. 둘다 일도 잘 할뿐더러 당장 빠지면 전력손실이 어마어마했다.

 

정규직 전환은 내 기억에 당시에 일년에 세명에서 다섯명 남짓 전환되었던걸로 기억난다.

 

그 수많은 계약직 중에.

 

결과를 얘기하자면 박과장의 그 어려운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었고 직급은 대리 일호봉을 받았다.

 

조대리는 실패했고 여전히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조대리는 그 후로 일년정도 더 하다가 마감공정 시작되고나서 당시 도급순위 십위권 내 정규직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계약직이라서 경력 백프로는 인정 못받고 기사 말년차 다음해 대리 승진 조건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거기서 두각을 나타내어 지금은 경기도 한 현장 공사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여전히 말수는 없다.

 

당시 논란이 좀 있었는데 정직 전환된 프로젝트 계약직 한명이 사촌중에 서울시 시설직 고위간부라는 이유로 정직 전환된 케이스였다.

듣기로는 일도 잘 하고 성실하다고 하는데 알음알음 소문은 퍼지고 한때 많은 계약직 사이에서 안좋은 소문이 돌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친구도 성실히 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골조공사의 시간은 당시에는 정말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뒤를 돌아보면 아니 언제? 라고 느낄만큼 바람과 같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나는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며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다.

 

크게 기억나는 이벤트는 없어서 타임워프를 하자면..

 

1. 인턴 김기사는 지원했던 회사에 입사를 했고 그 회사의 OJT가 유난히 길어 어쩌구 저쩌구 후에 현장 공무로 발령이 났다가 자기 공사 하고 싶다고 우겨서 건축기사로 활약하고 있었다.

언젠가.. 뜨거운 햇살아래 만난 적이 있는데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이쁘게 나타났다. 현장에서 맨날 머리쪼매고 화장도 거의 안한 얼굴과 근무복으로 감춘 몸매를 벗어버리고 딱! 하고 나타나니 이뻤다.

그 교회 오빠랑은 다시 잘 만나고 있었고 조만간 결혼할 것 같다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친구 소개시켜줄테니 계속 그리 솔로로 지내지 말고 만나보라 하였다. 다희를 만나고 있던 나는 괜찮다고 답하였고 그 후로 서로 바빠서 연락은 잘 못했다.

 

2. 비가와서 현장이 홍수가 됐다. 기록적인 폭우로 온 사방이 물천지였으며 지하는 그 큰 공간이  무릎까지 찰 정도로 비가 연속으로 많이 왔다. 주변 우수관로도 역류했고 물 버릴때도 없고 호스를 길게 연결해서 저 멀리 큰 관로로 펌핑했던 기억이 난다. 사인치 펌프가 쉴새없이 가동했지만 물을 옮기고 옮겨서 푸는거라 시간도 많이 걸렸고 물이 다 빠지고 난 후 뻘과 쓰레기 청소가 너무나도 힘들었었다. ㅜㅠ

 

3. 다희는 여전히 만나고 있었고 둘은 계속해서 서로의 성감대를 탐구하며 지치지도 않고 만났었다. 내 인생에 그렇게 다양하게 시도하고 즐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희는 어느날 남자친구를 사귀어볼까 한다며 나에게 운을 뗐고 묵묵히 듣던 나는 그럼 그렇게 해.. 라고 답했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이제 우리의 이런 만남은 끝나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지만 내가 다희를 붙잡고 있을 명분도 없었다. 

한동안 뜸하던 다희가 다시 연락이 왔고 남자찬구랑은 잘 만나고 있지만 우리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난 단칼에 거절했고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했으나 나도 속물인지라 거절하고 거절하다가 만났다.

그 때 다희는 미친듯이 사랑을 나누고 우리 계속 이렇게 만나자고 청했다. 글쎄.. 

그 후로도 몇번 만났지만 내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고 남자친구의 입장이 되자니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거리를 뒀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상하게도 다희는 나에게 섹스에 대한 집착이 엄청 심했다. 내가 카사노바도 아니고 그저 얘기만 잘 들어주고 할 뿐인데 다희는 나랑 있는 시간이 그렇게 좋다면서 메달렸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나중에 서로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관계를 싹 정리했다.

울고불고 메달리는 다희를 떼내기가 힘들었지만 어렵게 정리를 하고 잊혀져 가던 때 다희는 덤덤하게 전화를 해서 자기 다시 휴학하고 일을 나간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여전히 만나고 있었고 그냥 오빠한테 말하고 싶었다며 전화했단다. 

그리고 다희랑은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4. 나도 이제 짬좀 먹어서 제법 업체들과 친하게 어울렸다. 지금은 깍듯이 존대하고 쌍욕도 안하지만 그 때는 왠지 형 형 거리며 ㅆㅂㅆㅂ 하면서 일하는게 노가다답다고 생각했었는지 거리감 없이 친하게 지냈었고 나중에서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참 나중에 과장을 달고 나서야.

 

최대리는 이제 사년을 꽉 채워가고 있었고 벌써부터 기술사 공부한다고 동네방네 난리였다.

바뀐점이 있다면 조금 고개를 숙이고 정직으로 전환된 박대리에게도 꼬박꼬박 존대를 하며 예우해줬고 여전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지만서도 그래도 어느정도 협의란 것을 하게 되더라.

 

최대리는 입사 후 첫 현장에서 공무를 했고 공사 경험은 전무했다. 그래서 사실 나랑 최대리랑 공사에 대해서는 다를게 없었지만 최대리는 막강한 정보력을 앞세워 일을 했었고 나는 박차장에게 욕먹어가며 일을 했다는 차이점은 있었다.

 

임기사는 박대리가 남은 것에 그 누구보다 좋아했고 여전히 부지런히 일했다. 옛날 노량진에서 재수학원 다닐 때 알던 여자와 사귀게 됐고 임기사는 이쁜 사랑을 하며 일도 열심히 하고 연애 경험자에게 조언도 들어가며 꽃도 사고 선물도 해가며 시간을 쪼개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지냈다.

임기사가 여자친구가 생긴 후로 언젠가 술먹고 인턴 김기사 얘기를 했다. 사실 김기사가 나랑 사귀자고 했다고. 임기사는 ㅋㅋㅋ 웃으며 다 안다고 했다.

인턴 김기사가 인턴종료 전 기초치고 회식 때 데려다준다고 먼저 갔었던 일이 기억나냐며 나에게 물었고 그 때 임기사가 물어봤단다.

김기사랑 사귀어서 자기랑은 안만나주는거냐고.

인턴 김기사는 자기가 사귀자고 했으나 차였다고 했고 임기사님이랑은 안맞는 것 같다고 돌직구를 날려서 스토리는 대충 파악하고 있었고 자기 자존심 상하지 않게 그걸 말 안하고 숨겨준 나에게 고마워했다. 그게 고마운 일인가?

 

현장에는 마감업체가 투입됐다.

제일 먼저 뿜칠.. SRC구조라서 노출 철면에는 뿜칠을 해야했다. 하.. 아무리 보양을 해도 뿜칠가루는 사방으로 날리고 그 뿜칠 할 때 굉음은 귓청을 찢어놓을 것처럼 아팠다.

 

다행히도 토목공사 하면서 동네 주민들과 안면을 터 놨고 그 후로도 계속 지나가며 아는척을 하고 민심을 유지하고 있던터라 어느정도 쉽게?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사실 내가 인근에 사는 주민이라면 현장에 불질러버리고 싶을만큼 뿜칠 뿌리는 소리는 컸고 기괴했고 시끄러윘다.

 

그 시끄러운 과정이 지나고 커튼월 업체가 들어왔다. 현장이 규모가 있는만큼 두개 업체가 들어왔는데 이 외장업체는 골조에 비하면 젠틀맨같기도 하고 깍쟁이 같았다.

 

작업팀들도 깔끔하게 작업복을 맞춰입고 고급 기술자와 같이 일을 했으며 특히 기준먹에서 자기네들 작업 먹 과정에서 joint survey를 요청했고 그럴때마다 철골을 포함한 골조업체는 항상 짜증을 내고 자기네가 맞다고 우겼지만 나중에는 항상 외장업체가 자료로서 이겼던걸로 기억난다.

 

아무리 철골이지만 오차가 십미리 이상 벌어지는 곳도 있었고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이런 오차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용접을 하고 다음 절주 공사를 해야 하는데 가볼팅한 상태에서 상부작업을 하고 아무리 도리를 잘 잡았다고 한들 틀어질 수밖에 없고 빔이 쳐질수밖에 없다.

거기다 creep 현상까지 더해져 코어선행 콘크리트와 철골간의 수축율로 인해 쳐짐이 다르게 발생했고 심한 곳은 코어월 외측부터 외주부 단부까지 칠십미리까지 쳐짐이 발생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최대리와 난 박차장에게 말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용기내서 말하고 개박살이 났다.

 

하.. 아니 그동안 개처럼 일해서 먹이니 뭐니 그걸 가서 한가롭게 검측하고 확인할 시간이 어딨었냐고요.

 

다행히도 외장공사 착수 전이라 외장 스택 조인트를 조정하고 바닥을 까고 허리먹을 층별로 조금씩 조정하여 최종적으로는 커튼박스에서 조절하는걸로 가닥을 잡았고 이게 나중에는 내장목수가 댕댕거리며 돈달라고 깽판치는 사태까지 가게 되었다. 휴..

 

그 후로는 항상 기준먹을 꼭 확인하고 후행업체는 사전에 투입해서 공동 먹검측을 시키고 있다.

 

아무튼 외장은 유니타이즈 타입으로 화스너와 기존에 뭍었던 엠베드 작업만 깔짝 깔짝하면 금방 금방 꼽았다.

 

뭔가에 덮히기 전에는 슬라브도 크게 보이지도 않았고 아무래도 계속되는 반복작업에 이 안에 어떻게 8세대가 들어가지? 라는 의문점이 있었는데 커튼월로 덮고나니 갑자기 공간이 확 커보였다. 그리고 경량벽체를 뚝딱뚝딱 치고 세대 구분을 해보면 또 그게 확 커보였다. 이건 아직도 그러더라.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추석이 되었고 이제 이년차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제법 월급도 모았겠다 나도 차가 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고 새차를 사야하나 아님 중고차를 사야하나 고민 중이었다.

 

뉴소나타가 그렇게 이뻐보일수가 없었다. 하얀색 소나타.. 한번 사고싶어지니 꿈에도 나오더라.

가격대는 이천만원 초반. 풀옵션이다.

 

모은돈은 대충 그정도 수준이었고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던 때 어렸을 때부터 친한 부랄친구가 전화를 했다.

 

만나서 소주 한잔 하면서 옛날 얘기를 하는데 너 부동산 생각있냐 하더라.

돈도 없고 내가 무슨 부동산이냐.. 했더니 자기는 용산2가 빌라를 엊그제 구입했단다. 전세끼고 이천오백에 자기 집으로 만들었다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용산지구 개발에 대한 얘기를 했고 당시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친구는 이 외에도 몇군데 갭투자를 해 놓았다.

(이천년 중반에 벌써!)

 

니가 모은 이천이면 대출 조금 받고 빌라 한채를 살 수 있다했고 집?? 빌라?? 머리속은 뱅글뱅글 돌고 나도 집 한채는 장만해야지.. 용산이면 지리적으로 나쁘지도 않고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딱 하니 들어서고 미군기지가 이전되면 집값도 뛰겠다! 싶어서 주말에 사전조사를 갔다.

 

용산2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남산 순환도로 어드메쯤 내려 쫄래쫄래 걸어내려가니 교회가 있고 그 밑으로 집들이 쫙 펼쳐져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둘째치고 경사도 심하고 이게 무슨 개발이야.. 하면서 계속 내려갔다.

 

그리곤 여기는 투자하지 않겠다 그냥 차를 사야겠다 했는데 이 친구가 용산이 맘에 안들면 교대앞에 있는 오 피스텔에라도 투자하란다.

마찬가지고 이천만 있음 사고 전세로 돌리는거고 교대 앞이고 법원이 코앞이라 전세매물이 씨가 마를일이 없다며.

 

아니 난 씨드머니를 좀 더 모으고 할래 하고 거절했었고.. 그게 사실 내 인생에 있어서 참 아쉬운 것중에 하나다.

 

용산2가는 미군부대 철수 확정 및 개발 호재를 업고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치솟았으며 내 친구는 호재를 업고 약 이억정도를 벌고 나왔다. 그리고 그 시드머니를 바탕으로 여기저기 갭투자를 해서 한때 자산 오십억에 이르기까지 했었다.

(지금은 섭프라임 사태로 족발집 사장해요 ㅎ)

 

이때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돈놓고 돈먹기인 것 같았고 어디든 사면 오를 것 같았다. 끊임없이 친구를 만나고 얘기하고 해서.. 과정은 생략하고 서울 강북에 갭투자라고 하긴 그렇지만 전세끼고 아파트를 구입했고 서브프라임 사태 전 처분하여 꽤 목돈을 모았고 이것은 내 결혼자금이자 전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소나타는 물건너갔고 수동창문이 인상적인 엑센트를 구입해서 타고 다녔다.

 

중고차지만 내 첫 차인데 얼마나 이뻤는지 세차하고 광을 내고 내부를 직물시트 플라스틱 구분하여 광택제도 닦고 방향제도 사고..

 

선팅도 없던 차라 안이 훤히 보이고 여름엔 덥지만 어디서봐도 그렇게 이뻐보일 수 없었다.

 

다시 눈이 내리는 계절이 왔고 나의 이 악센트는 내리막에서 시원하게 미끄러져 대파수준까지 갈 만큼 난간대와 전봇대를 쎄게 들이박고 저 세상으로 갔다.

난 일주일정도 병원에 입원했고 최대리는 깐죽거리며 병문안을 와서 차는 중형차를 타야 한다고 훈계를 하고는 갔다.

 

다행히도 다친곳도 별로 없고 타박상 정도였고 보험수가는 엄청 올라가버리고 난 다시 뚜벅이가 됐다.

 

차 있다가 없으니 좀이 쑤셨지만 어쩔 수 있나.

 

병원에서 심심하게 지내다보니 올해도 이렇게 쏠로로 보내야 하나.. 잡생각이 들어 주변에 여자좀 소개시켜달라고 말했고 누나가 학교 후배를 소개시켜줬다.

 

첫 만남 때 눈은 눈대로 높아져있던지라 사실 별로였고 귀엽지만 내 타입은 아니었다.

 

인사동에서 만나 가끔가던 밥집에서 밥을 먹고 전통찻집에 가서 국화차를 우려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눈웃음이 매력적이고 음.. 키는 저정도면 됐고.. 몸매도 날씬한데 어디 딱히 이쁜데는 없다.

경리닮은 전 여자친구와 그리고 인턴 김기사 또 다희가 매치되며 난 좀 더 이쁜 여자를 원해 라고 속에서 외치고 있었고 그렇게 우리의 첫 소개팅은 종료됐다.

 

서로 연락하자는 예의상 인사를 하고 집에 갔는데 누나가 어땠냐고 물어본다.

응 난 뭐.. 그냥 그래.

 

상대방에서 맘에 든다고 계속 만나고 싶단다. 응 뭐 난 별론데.

 

누나는 생활력도 강하고 집안도 준수하고 학교다닐 때 주변에서 인기도 많았단다. 여자답고 수많은 과 남학생들을 울렸다고 했다. (누나는 신방과)

 

시큰둥해서 알았다고 하고는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하니 뭐 만나는보지 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가끔 연락하고 전화통화도 몇번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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