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자살하려다가 포기하고 쓰는 잡담

딴돈으로 비아그라 사먹고 떡치러 가즈아~~~

올 해 자살하려다가 포기하고 쓰는 잡담

링크맵 0 796 2020.03.18 22:05

부모가 없었다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부모에게 중간 기말고사 성적 반 3등 이내에 안들면 혼내고, 막말로 쪼아대고. 고3 3월 모의고사 언어영역만 3등급 나와서 부모한테 '책을 안 읽으니 그런 성적이 나오지 이 쓰레기 같은놈아' 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 날 밤 밖에서 좀 오래 걷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슬프지가 않았습니다. 이 때부터 부모라는 사람들한테 정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 뒤론 그냥 마음에 벽을 쌓고 지냈습니다. 대학이랑 과도 부모가 정해준대로 원서 딱 1개만 넣었습니다. 수능 끝나고 12월 1월 2월 합격통지 나오기 전까지 토익학원 다니면서 도서관에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인서울대학에 전기전자공학과에 원서를 넣었고 합격이면 다니고 불합격이면 재수를 하라고 했습니다. 일단 합격을 했지만 뭔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재수를 하라고 합디다. 고등학교 3년, 수능 끝나고 3개월(이 때가 가장 힘듦) 그냥 심적으로 다 지치고 힘들어서 재수 1년동안 재수학원 다니기만 하고 공부는 제대로 안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폭망. 그 해 물수능이었지만 공부를 워낙 안해서 점수가 안나오더군요. 재수를 망치고 복학을 한 학교생활은 뭔가 다를까 싶었지만 자취를 하면 돈이 들기 때문에 서울의 아비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해보고 싶었지만 금지당했고요. 대학교 1학년 공부를 아비가 친절하게도 감독을 봐준다고 합디다. 학교에서 공부한 노트를 매일 10장씩 써서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는 감독을 받으면서 대학교 1학년을 보냈고 입대를 하기로 했습니다. 군생활이 즐거웠냐고 물어보면 미쳤냐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전 두 사람 얼굴을 안봐도 되는 군생활이 참 즐거웠습니다. 선임 후임 간부들 모두 착하고 붙임성 있었고 보람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하고 전역을 했지만 부모 눈엔 아직 제가 감독을 받아야하는 애새끼로 보였나 봅니다. 복학 후 2학년 3학년 성적은 1학년 때의 4.0에 비해 낮은 3.8이 나왔고 그게 별로 마음에 안들었는지 저를 자주 쪼아댔습니다. 주로 아비가 술을 먹고 들어와서 저를 쪼아대는데 아비는 술을 먹고 들어오면 저를 앉혀놓고 자기 친구 자식과 저를 자주 비교했습니다. 주로 대기업 다니는 성공한 사람들의 잘나가는 아들, 딸들 얘기를 주로 했습니다. 내 대학 동기 누구누구 딸은 호주 여행도 다니고 유럽 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남자친구도 많이 사귀고 하다가 이번에 결혼까지 한다던데 넌 돼지같은 놈이 멍청하게 공부만 하고 있냐고.. 날 가만히 앉혀서 공부만 시킨건 당신들이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제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면 술에 취해있던 아니던 보통 뺨에 싸대기가 날아옵니다. 어미는 그냥 못본척하거나 맞장구치거나 합니다. 제가 우울증에 걸린건 고등학교 때부터 자각하고 있었고 병원에 가 볼 생각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두 사람에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걱정을 시키는게 싫은게 아니라 내가 어떤 상태에 있다는걸 알리기가 싫었습니다. 종종 우울증 테스트를 하면 심각한 우울증에 있다고 나오고 얼마전 자살심리검사를 해보니 매우 높은 확률로 자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자살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 검사 이후로 자살 방법, 장소, 유서 쓰는 법 등을 주로 찾아보게 되고 자살유가족의 심리 등도 찾아봤습니다. 가족이 원인이 되어 자살하는 사람의 자살 동기는 가족에 대한 심적인 충격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원하는 결말이 그런 것이었기에 유서는 연습장으로 쓰는 줄노트 1장 뜯어서 '평생을 당신들이 시키는대로 살아왔는데 난 지금 상황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난 당신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이런식으로 대강 적었습니다. 자살 시기와 방법은 3월 2일 개학일, 문고리에 빨랫줄을 에반스 매듭으로 만들어 실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서를 먼저 들키고 빨랫줄도 들켜서 들통이 났습니다. 1년간 휴학을 하고 하고 싶은걸 찾아보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꿈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삶에 희망이 없지만 죽지못해 사는 상황입니다.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원룸이나 고시텔에서 혼자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걸 부모에게 말하진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이 제가 뭘 원하는지 알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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