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이 멀어있다는 설정에 갑자기 꽂혔거든
좀 아래 같은 느낌의 스토리를 가진 망가가 없을까?
어느 날 옆 집에 새 가족이 이사옴
이사오는 걸 창문으로 보고 있는데 리본으로 눈을 가린 여자애가 차 뒷문으로 내리더니 부모로 보이는 사람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감
리본으로 눈을 가린 걸 보니 눈이 안 보이는 앤가보다 함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며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노랫소리가 들림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하고 봤더니 눈을 리본으로 가린 여자애가 자기방(2층) 창문을 열고 창틀에 팔을 얹고 콧노래를 부르던 거였음
어제 볼 땐 몰랐는데 왠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자애가 예쁘게 보임
그래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 여자애가 눈치챘을까봐 홱 고개를 돌리고 재빨리 집으로 들어옴
목욕을 하며 생각해보니 눈도 안 보이는데 내가 보고 있는 걸 어떻게 알겠냐며 안도함
그리고 다음날 집으로 오는 길에도 노랫소리가 들렸고, 난 또 잠시 그 여자애를 올려다 보다가 집으로 들어옴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계속 올려다보다 집으로 돌아오길 며칠
어느 날은 마찬가지로 그 여자애를 올려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걺
며칠동안 계속 자기를 쳐다보지 않았느냐고
순간 당황해서 도망침
목욕하면서 어떻게 알았을까 자꾸 궁금함, 한편으론 부끄러워서 얼굴에 피가 쏠려 화끈화끈거리고
답을 찾지 못 하고 그냥 잠
다음날, 역시 노랫소리가 들려오지만 이번엔 애써 무시하고 지나감
그런데 이번엔 아예 날 잡아세움
"오늘은 왜 무시하고 그냥 가?"
벙쪄서 다리는 굳어버리고, 아무 말도 못 함
"내 말이 안 들리니?"라는 이어지는 물음에 간신히 "어떻게 알았어?"라고 한마디를 함
이사 온 이후로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데 계속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걸음 소리가 멈춘다는 점
그러다 잠시 후에 다시 발걸음 소리가 나더니 곧 멀어지고, 문 열고닫히는 소리가 들린다는 점
어제는 자기가 말을 걸자 후다닥 달려가더니 유독 현관문을 거칠게 여닫는 소리가 났다는 점
"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더라도 많은 걸 알게 돼" 이렇게 말해주니 되게 무안하고 부끄러워짐
그리곤 매일 훔쳐봐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함
하교하는 길에 노랫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네가 보였고, 왠지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계속 보게 됐다고 함
"보인다는 것도 때로는 그런 면도 있구나"라는 말에 왠지 미안해짐
이왕이면 내일(토요일) 한 번 찾아오지 않겠냐고 함
오늘은 주중이라 부모님도 나가계시고, 자기가 대접하지도 못 한다고
그래서 얼결에 알았다고 하고 집으로 들어감
정신없는 와중에 한 약속이지만 왠지 내일이 기대됨
토요일, 약속한 날이 됨
엄마한테 옆집에 새로 이사온 가족한테 인사하고 온다며 선물용 과자를 싸감
옆집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자 곧 인자한 상의 부부가 나옴
이사오셨는데 인사가 늦었다며 옆집 사는 ㅇㅇㅇ라 자기소개를 하고 선물을 줌
부부는 고맙다고 잠깐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 함
그 때 위에서 "엄마, 그 아인 내 손님이야"라고 목소리가 들려옴
부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됨
부부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알겠다며 곧 마실 거 가져다줄 테니 올라가있으라고 함
"실례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2층 방으로 감
방 안에는 항상 봤던 그 여자애가 침대에 앉아 있었음
방 안에는 침대와 책상, 그리고 좌식 테이블을 가운데로 방석이 마주놓여있었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음
여자애는 "뭘 가만히 서있어, 들어왔으면 앉아"라고 함
정신이 들고 곧 방석에 앉자 여자애 어머니가 주스랑 과자를 접시에 담아 가져다줌
그리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감
여자애랑 얘기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눈이 안 보였다는 점,
눈이 안 보이다보니 부모님이랑 같이 다니는 게 아니면 밖에 잘 나갈 일이 없었다는 점,
가뜩이나 여자애 부모님이 이 지역에 새로 와서 정신없다보니 밖에 나가볼 일이 더 적어졌다는 점을 알게 됨
왠지 동정심이 들었음
그런데 여자애가 "동정할 필요는 없어. 눈이 보이다 안 보여서 내가 좌절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난 원래부터 본다는 게 뭔질 몰랐으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그런 걸로 가엾어하고 안쓰러워하는 게 더 부담스러워"라고 함
그 말을 듣고 너무 이기적인 잣대만으로 여자애를 평가한 것 같아서 속으로 반성하게 됨
"그래도 부모님과 같이 가는 게 아니라면 밖에도 맘편히 나가보지 못 하는 건 아쉬워"라는 말에 이거다 싶었음
부모님이 바쁘시면 대신 같이 가주겠다고 함
여자애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지금 바로 같이 마을을 산책해줄 수 있냐고 물어봄
당연히 승낙하고 여자애 부모님께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에 여자애와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게 됨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한 손은 잡고 같이 돌아봄
다시 여자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여자애는 집으로 들어감
집으로 들어오니 왠지 그 여자애 온기가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음
그렇게 주말마다, 때로는 주중에라도 집에 돌아와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님
볼수록 밝고, 잘 웃는 애였음
그러던 와중에 여자애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싹트는 걸 느낌
어느샌가 그 감정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여자애한테 고백하기로 함
하루는 근처의 공원에 갔다가 집으로 바래다준 때였음
여자애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엔 고백해야겠다고 여자애를 잠깐 붙잡음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여자애는 잠시 멈칫하더니 뭐냐고 물어봄
좋... 까지 나왔는데 여자애가 "잠깐만"이라고 말을 끊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네 마음을 감당하지 못 할 정도라면 지금의 내 일상은 깨지고 난 다시 홀로 남겨지게 된다, 그게 너무 무섭다
이 말을 듣자 왠지 가슴이 철렁함
끝까지 이기적으로만 생각했구나, 항상 여자애를 위한 것처럼 행동하고 결국엔 자신만을 위한 건 아니었을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만 오히려 여자애는 미안한 건 자신이라며, 내일도 와줄 수 있냐고 물어봄
알겠다고 대답하고 각자 집으로 감
또 그러길 얼마간, 이전의 흐지부지였던 고백이 잊혀가는 무렵이었음
계절은 어느새 겨울이 됐고,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음
날이 추워지고 눈이 와서 바닥이 얼어서 밖에 나가는 빈도는 줄었고, 주로 여자애 방안에서 같이 얘기나 하는 게 일상이 됨
여자애가 문득 "거의 항상 오던데, 크리스마스에 만날 여자친구도 없어?"라고 물어봄
정곡이 찔려서 그런 건 크게 상관없는 문제라고 대꾸함
여자애는 그렇담 다행이라고 하고, 곧 다시 평범한 수다로 돌아감
그러다 크리스마스 이브, 여느때처럼 여자애 집으로 가다 집에서 나오던 부부와 마주침
자주 보다보니 이젠 정말 친한 아저씨 아주머니가 됨
어디 가냐고 물어보자 크리스마스 이브니 부부끼리 데이트하러 나간다고 함
여자애는 어떡하고 나가냐고 하니 네가 있잖냐며 호탈하게 웃고 가심
다녀오시라고 인사하자 가시다가 돌아서더니 늦게 돌아올 거 같으니 내일 딸아이 아침밥 좀 챙겨줄 수 있냐고 물어봄
알겠다고 대답하자 잘 부탁한다며 다시 가던 길 가심
올라가자 여자애가 평소처럼 침대에 앉아있었음
평소처럼 과자나 먹으며 얘기하고 있다가 생각나서 부모님이 늦게 돌아오신다고, 내일 아침밥 부탁받았다고 말함
여자애 얼굴이 살짝 붉어진 듯한 건 기분탓일까, 곧 알겠다고 함
그리곤 "크리스마스에 만날 여자친구 없댔지?"라 물어봄
뭘 또 물어보냐고, 없다고 대답함
그리고 그 뒤는 예상하는 것처럼 여자애한테 고백받고 분위기 타서 섹스하고 하는 내용
어디 이런 내용의 망가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