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통신사 옮기면서 번호도 바꿨었다.
폰번호를 바꿔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동안 번호의 전 주인을 찾는 연락이 많이 왔었다.
그런데 전화가 오는 사람들의 반응이 대부분 이랬다.
나 : 여보세요
A : 혹시 OOO씨 번호 아닌가요?
나 : 번호 주인 바뀌었습니다.
A : 아, 제가 OOO씨 친구or친척인데 번호 언제 바뀌셨나요?? OO이가 연락이 안돼서 그런데, 혹시 다른곳에서 연락온 건 없나요??
이런식으로 대부분 번호 전 주인의 행방을 찾았고, 뭔가 상황이 심각하다 여겨져서 나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줬었다.
그뒤로 한동안 전 주인을 찾는 연락은 오지 않았고, 이 일도 내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다 2015년 새해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하나 왔다.
내용으로 보아 전 주인의 아버지가 보낸 문자인 듯 했다.
번호가 바뀐줄 알면서도 혹여나 딸이 답장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서툰 문자로 연락하는 아버님의 모습이 상상돼서 괜히 울컥해졌다.
도대체 전 주인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가족에게도 말 못하고 사라져 버린걸까..
몇개월이 지난 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돈이 문제인듯 했다.
저정도 금액이면 가족들 선에서 해결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말한마디 없이 잠적한걸로 봐선 아마 추가적인 채무가 더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와중에 5개월만에 이자 13% 붙은거보소..)
그리고 올 초 은행계좌가 압류됐다는 연락을 이후로 더이상 전주인에 대한 연락은 오지 않았음.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새벽에 갑자기 생각나서 받은 문자들 캡쳐해가며 후달리는 필력으로 작성해봤다.
허접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3줄 요약
1. 번호를 바꿨는데 전 주인이 사채쓰고 잠적
2. 새해에 전 주인 아버지 문자 받고 sad
3. 굶어 뒤질지언정 사채는 쓰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