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때 집이 어려워져서 하루에 두끼만 먹었는데 점심은 고구마로 때우고 저녁엔 밥먹었었음.
고구마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났는지는 몰라도 코딱지만한 집구석에 고구마가 박스채로 엄청 쌓여있었다.
그때 우리집에 쌓여있던 고구마는 어린 눈에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닥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맛도 없는데다 맹물에 고구마만 꾸역꾸역 먹으려니 진짜 먹기 싫었어
집안에 온통 고구마 냄새 배인 것 같고 입에서도 고구마 냄새만 나는 것 같고...
그래도 당분간은 크게 불평 안 부리고 참고 먹은 거 같다.
그런데 어느날 하루는 저녁 때가 됐는데
밥 짓는 냄새가 안 나고 고구마 냄새가 나는 거임
점심때도 고구마 먹었는데 저녁에도 고구마 찌는 냄새가 나니까 진짜 엄청 짜증나서
"아 왜 또 고구마야?"하고 신경질 냈는데 엄마는 나 혼내지도 못하고 내가 짜증내는거 받아주기만 하고
나도 피자도 먹고싶고 통닭도 먹고싶고 돈까스도 먹고싶다고 빽빽 소리 지르다가
내 분에 내가 못이겨서 엉엉 울어버림;;
엄마는 또 엄마가 미안하다면서 덩달아 울고 나는 그게 또 너무 슬퍼서 더 울고...
진짜 너무 서럽고 억울하고 암튼 그랬는데 울면서도 고구마는 먹음;; 배고프니까...
그날밤 늦게 잘려고 누워있는데 엄마가 이모한테 전화하는 소리 들리더라.
그 뒤로 엄마가 밤에도 일 다녀야한다고 나보고 이모집에 가 있으래서 1년정도 이모집에서 학교다님
이모는 그래도 잘 살아서 반찬에 소세지도 나오고 그랬는데...이상하게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다.
그리고 1년 지난 뒤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부턴 집안 살림이 좀 나아져서 제대로 밥 챙겨먹음 ㅎㅎ 역시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꿀맛.
근데 그 뒤로는 고구마 냄새만 맡아도 속이 꽉 막히면서 토할 것 같더라.
내가 고구마 못먹는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신기해하면서 왜 못먹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그냥 웃으면서 고구마 먹으면 목메잖아 ㅎㅎ 하면서 넘김.. 그게 텁텁해서 목메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나는 지금도 고구마 못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