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 사이트에도 썼던 썰임
1. 전입 간 첫 날부터 인상깊었던 인사담당관의 외모는 아직도 기억에 또렸함.
눈코입이 붙어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아담한 얼굴에 얼굴상도 완벽한 계란형이었다.
높게 솟은 코도 코지만, 모든 남자들을 홀리는 눈이 으뜸이었다. 큰 눈을 게름츠레 뜨고 웃으면 모든 남자들의 표정이 굳어버렸을 정도다.
슬랜더 몸매에 오리궁뎅이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쁜 여군과 같이 생활 하는 것 만으로도 난 정말 행복했다.
2. 인사담당관은 병들에게 정말 관대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마치 아이들 다루듯이 상냥히 대했다.
병들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를 만났는지 인사담당관의 통제를 정말 잘 따랐다.
특히 다른 간부들이 화를 내면 좆같아 하지만 담당관이 화를 내면 풀이 죽어있던 선임들은 참 ㅋㅋㅋㅋ아이러니했다.
인사담당관이 당직을 서는 날이면 근무가 끝난 병사건 잠이 안오는 병사건 담당관과 행정반에 자리잡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우리부대는 행정반 출입에 대해서 매우 자유로웠음.). 아이 둘 키우는 썰을 풀면서 "원래 둘째는 계획에 없었다."라고 섹드립아닌 섹드립을 날리던 담당관의 미소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3. 근데 참 얼굴값 한다고 해야 하는지 못한다고 해야 하는지. 간부중에도 이런 폐급이 없었다.
지나가는 헌병 수사과장에게 저 아저씨는 누구냐고 중얼거리고, 업무의 대부분을 인사병에게 미루기 일쑤였다.
당직서는 날에는 선풍기는 위험하니 끄고자라고 전체 전파를 하고 다음날 총기함 키를 집으로 가져가 버리기도 했다.
4. 무더운 여름 날, 병장이었던 나는 더위에 못견디고 남들보다 일찍 생활관에 올라가 바지를 벗고 선풍기룰 쐬며 쉬고 있었다. 그 순간 불이 켜지면서 인사담당관이 들어오더라. 인사담당관은 나를 보더니 "왜 바지를 벗고있어..."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에어컨에 바람막이용 하드보드지를 달기 시작하더라.
솔직히 가끔 이런 순간을 상상하면서 흥분하곤 했지만, 막상 닥치니 수치스럽기 그지 없었다. 어떻게든 담당관 얼굴이 보고싶어서 마주치려 노력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담당관을 피하고 있었다.
5. 그러던 어느 날 인사병 휴가 비리가 터졌다. 병사 모두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쉬쉬하던 사실을 수사과에서 알아버린 것이다.
거진 모든 업무를 인사병에게 미뤄왔던 담당관은 사전에 알고 방지할 턱이 없었고, 결국 우리 부대 간부 전체가 공개 경고장을 받았다.
중대장의 고함소리는 며칠이고 이어졌다.
6. 내가 전역하는 날 인사담당관과 처음이자 마지막인 악수를 했다. 30대 초반인데도 주름살이 좀 늘었더라.
그래도 여전히 이쁜 얼굴로 담당관은 웃으며 나가서 만나면 모르는 채 하지 말라고, 만나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내게 인사 했다.
장기 신청 할 것이냐고 내가 묻자, 힘 없는 목소리로 '어...난 장기 안해도 돼 ㅎㅎ'라고 말하더라. 어쩐지 마지막에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아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