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강간 상황극' 사건 관련 피고인들이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25
일 대법원은 A 씨(
39
)의 강간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간 상황극이라며 A 씨가 피해 여성을 성폭행하도록 유도한 B 씨(
29
)에게도 징역 9년이 확정됐다.
B 씨는
2019
년 8월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35
세 여성'이라고 허위로 작성한 뒤 "강간을 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A 씨가 관심을 보이며 B 씨에게 연락했고, B 씨는 A 씨에게 집 근처 원룸 주소를 알려주며 자신이 그곳에 사는 것처럼 속였다. 이에 A 씨는 그날 밤 해당 주소지의 원룸을 찾아가 모르는 여성을 성폭행했다.
앞서 1심은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는 자신의 행위가 강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고도 용인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강간범 역할을 하며 성관계를 한다고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한 뒤 법리 검토를 거쳐 A 씨에게 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해
12
월 4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A 씨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80
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
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강간 상황극 협의 과정에서 시작과 종료를 어떻게 할지, 피임기구를 사용할지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주소를 알려줄 정도로 익명성을 포기하고 이번 상황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강간 과정에 피해자 반응 등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라 보이는데도 상황극이라고만 믿었다는 피고인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B 씨는 앞서 1심에서 A 씨를 이용해 피해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논리로 주거침입 강간죄를 적용받아 징역
13
년을 받았다. 2심에서는 A 씨에게 주거침입강간을 실행하게 했다고 봐서 주거침입강간 미수죄(간접정범)로 징역 9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며 변론 없이 피고인들과 검찰이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